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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소녀 - 프롤로그 (2), 병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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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소녀 - 프롤로그 (2), 병실

Silver Librarian 2016. 4. 29. 22:39

모든 시간동안이 병원에서 감시를 받지 않은 적은 전체 시간을 통틀어 봐도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4개월은 누군가 혼자 생각하며 남겨져 있기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그래도 이러한 내 상황과 조건 덕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부정맥 (Arrhythmia).


이상한 단어다. 외국의, 외계의 것. 뭔가 같은 방에서 같이 있고 싶지 않은 그런 것.


심장이 불규칙적이거나 가끔씩 엄청 빠르게 뛰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치명적이다.


분명히 난 이런 증세를 오랫 동안 지니고 있었다. 의료진 왈, 이렇게 장기간 동안이나 아무런 일 없이 멀쩡히 돌아 다녔던게 기적이라고.


이게 정말 기적인걸까? 내 생각에 그건 그냥 내가 내 삶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려고 해준 말이라고 본다.


내 기분을 북돋아 주는데 진짜 아무런 도움도 안 되었으니까.

 




내 부모님들은 내가 생각 했던 것 보다도 더 큰 충격을 받으셨던 모양이다. 그 때 내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 을 때, 피가 꺼꾸로 솟는 것만 같았다고 하셨다.

 

이미 하루 종일 모든 것을 소화 해내고있다. 그 분들에게 있어서도 이건 낯설 었을 터. 그 당시엔 내 치료를 위해서라면 심지어 집까지도 팔아 버릴 작정까지 하셨을 정도니 말이다.


물론 치료 방법은 없다.

 

그 원인은 너무 나도 이 증상을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하며 회복 하는 수 밖에 없다.


내가 처음 입원 했을 땐, 실감 조차 나지 않았다.


몇 주 동안은, 내 병실에는 꽃과 치료 모금함에 풍선들, 그리고 카드까지 가득 있었다.


하지만 그 방문객들도 곧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병문안 선물량도 이내 줄어들었다.


이렇게나 많은 카드나 꽃들이 온 단 한가지 이유가 있다면, 그건 단순히 학교에서 시켰으니까 그 수업 활동의 일환으로서 보내 온 거라는 점이다.


아마도 일부는 진심으로 걱정했겠지만, 진짜 장담할 수 있다. 그 초창기에만 해도 드물게 방문객이 있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자, 거기에 주기적으로 오는 일원은 내 부모님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방문을 하고 끊겼던 사람은 이와나코였다.


6주 뒤, 나는 두 번 다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어차피 우리들끼리 는 그렇게 말도 많이 섞지 않았으니까.


우리들은 그 눈이 내리는 날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병원?


여긴 진짜 내가 살고 싶은 그런 장소가 아니다.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은 정말 사무적이고 무감정하다.


아마도 다른 수많은 기다리는 환자들을 대하다 보니 바빠서 그런 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점은 확실히 기분 나빴다.


첫 한달 간은, 흉부의사에게 언제 퇴원 할 수 있느냐고 매번 만날 때 마다 물어 봤었다.


그 사람은 단 한번도 즉답을 주진 않았고, 그 대신 치료랑 수술을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자 라는 말만 들려줬었다.

 

그래서 난 무의미하게 수술 후 가슴에 남은 흉터가 천천히, 그 모습이 변하는 걸 긴 시간에 걸쳐 지켜보면서, 치료되어 가는 과정의 일종이라고만 생각 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흉부의사에게 퇴원의 시기에 대해 물어 보지만, 이젠 그런 형식적인 답변이 오더라도 내 기대치는 이미 충분히 낮으므로 내가 묻는 답변을 듣지 못하더라도 더 이상 실망 할 것도 없다. 적어도 이렇게 둘러 대면서 들어온 답변이 알려 주는 점이라면, 적어도 치료의 희망이 있다는 것 정도다.

 

어느 순간, 나는 TV 보는걸 관뒀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었다.


아마도 이렇게 잘못된 내 상황에 대한 일종의 현실도피 였을지라.

 

대신 난 독서를 시작했었다. 비록 창고에 가까운 곳에 책들이 있긴 했지만 병원에는 작은 도서관이 하나 있어서 나는 하나 둘씩, 내 할일 이나 했었다. 그러는게 끝나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이런 패턴을 반복 하곤 했다.

난 내가 책을 읽는 걸 좋아 했다는걸 발견했고, 거기다 난 약간 독서에 중독이 된 건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까지 했었다. 양손에 책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난 이야기가 좋았다. 그게 내 삶이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이 언제인가를 구분하는게 점점 어려워 지던 때에는 오로지 읽던 책의 내용을 달리 하는 것과 바깥의 날씨를 보는 것이었다. 마치 느리게 움직이지 않는 시간의 찐뜩한 무언가의 함정 안에 빠진 느낌이라고 할까.

한 주 정도는 정말로 내가 자각 하지도 못한 채 흘려 보낼 수 있었다.


가끔은, 내가 오늘이 몇일이고 몇주인지를 꺠닫는 행위를 멈추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시간 외에 다른 나를 둘러싼 요소 들이 내가 세워둔 무관심이라는 장벽을 뚫고 나의 의식에 고통스럽게 왔었다


내 책의 쪽수는 날카롭게 느껴지고, 뜨겁게 타는 것 같고, 내 가슴의 중압감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질 때는 잠시 동안 옆에 책을 내려 두고, 울상을 지으며 천장을 바라만 보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안 일어 났었다.


그래서 난 우는 것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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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내용 : 프롤로그 3, 병원


생각보다 기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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